부산에서 개최된 자활급여법 설명회

자활제도를 고쳐야겠다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04년경부터이다. 이때는 자활과 관계된 사람들은 현행 자활제도가 얼마나 불합리한 지 점점 명확히 깨닫게 된 시기였다.

자활제도의 개편에 관한 논의는 여러 방향에서 진행되었다. 의견은 주로 정부와 학계쪽에서 제시했고, 자활센터들을 비롯한 현장 조직들은 제안된 안에 대해서 평가하고 반응하는 편이었다.

자활제도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는 참여자들이다. 자활제도는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으로 표현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제도를 제안하는 쪽이나 반응하는 쪽은 언제나 ‘빈민자활을 위해서’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 제도의 논의 과정에 실제로 빈민들이 참여한 적은 없다. 논의에 등장하는 각 주체들은 ‘빈곤문제해결’이라는 동일한 구호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지닌 가치를 잃지 않으려고 경쟁했다.

자활제도 개편이라는 링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정부, 정치권, 자활협회, 학계, 자활실무자 그룹과 노동계 등이다. 정부는 자활사업실시기관에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노력했고, 자활센터들은 이러한 정부의 시도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자율권을 지키려 했다. 정치권은 자활성공률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와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에 몰두했고, 자활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점점 비대해져 가는 자활진영의 기득권자들을 견제하는데 관심을 가졌다.

자활제도 개편에 대한 아이디어는 주로 학계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제안은 이런 다양한 집단들의 반응에 막혀서 제대로 실현된 것이 별로 없다.

이렇게 복잡다기한 제안들과 주장들이 비교적 한 쪽으로 결집된 것은 올해 들어서이다. 그동안 아웃복서로서 존재했던 자활협회가 자활제도 개편이라는 공격적 활동에 나선 것이다. 자활협회측은 그들의 의견을 ‘자활지원법안’에 집중적으로 담았다.

자활제도 개편을 위한 이러한 노력은 올해 9월, 보건복지부가 자활급여법이라는 법안을 성안함으로써 더욱 가속되었다.

** 자활급여법안은 무엇을 담고 있나 **

자활급여법안은 자활제도의 전반을 규정한 법안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법안의 내용을 설명하는 행사를 9월4일과 9일, 경기도와 부산에서 열었다. 자활급여법안은 자활협회가 주장하는 자활지원법과 유사한 점도 있고 새로운 점도 있다.

그렇다면 자활급여법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법률안을 조목조목 검토해 보자.

단순해진 단계별 자활 프로그램

자활급여 수급자-현재의 자활참여자-에게는 자활역량급여와 경제활동급여, 자활부가급여라는 세 가지 급여가 제공된다. 수급자는 자활역량급여와 경제활동급여 가운데 한 가지는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경제활동급여는 비교적 상위 프로그램이다. 경제활동급여를 받는 사람은 취업알선, 자활공동체참가, 창업자금 대여, 자산형성지원 등과 같은 지원을 받는다.

경제활동급여 수급자가 아닌 사람은 자활역량급여를 받는다. 자활역량급여는 현행 자활근로와 비슷한 단계로서, 지역근로와 자활교육훈련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이 가운데 자활교육훈련은 근로강도가 낮은 사업이며, 지역근로는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높은 쪽이다. 김영선 보건복지부 자립지원투자팀장은 법안 설명회에서, 현행 자활근로에서 근로강도가 낮은 쪽을 훈련개념으로 보고 자활교육훈련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했다. 현행 제도와 굳이 비교하자면 자활근로 가운데 근로유지형 자활근로 정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역근로는 무엇일까? 법안에 따르면 지역근로는 ‘자활에 필요한 근로능력의 향상 및 지역사회에서의 근로경험 습득을 지원하기 위해’제공하는 급여이다. 문맥상으로 봐서 지역근로는 사회적일자리자활근로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현행 시장진입형자활근로는 무엇으로 대체되는 것일까?

법안에 이 부분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시장진입형자활근로는 지역근로에 포함될 것 같다. 아니면 자활급여법안은 자활근로사업단이 공동체로 업그레이드된다는 기존의 개념을 포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자활부가급여는 사회서비스 연계 또는 자활의욕 고취프로그램의 형태로 제공된다. 김영선 팀장은 자활부가급여는 모든 수급자들이 받는 것이 아니고, 필요한 사람에게 부가적으로 제공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활의욕고취 프로그램에는 사회적응 프로그램이나 문맹자에 대한 한글교육 같은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보면 자활프로그램의 단계는 지금보다 단순해질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이 대폭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자활급여의 구체적인 형태는 시행령이나 지침을 통하여 얼마든지 세분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관심은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었는가에 모이기 마련이다.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자활부가급여와 경제활동급여에 포함된 취업알선 프로그램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역자활센터들이 취업취약계층의 구직알선 사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

7월18일 대구 광역자활지원센터에서 열린 자활지원법 설명회에서

최준 자활협회 정책국장이 설명하고 있다.

참여자의 선택권이 늘어날까?

현재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건부수급자들이다. 새로운 제도는 참여자의 구성을 차상위계층과 일반수급자를 포괄하는 쪽으로 확대하려 한다. 법안에 따르면 차상위계층이나 조건부과제외자인 수급자들도 신청을 한다면 자활사업에 참여가 가능하다. 법안에서 자활사업의 참여 대상이 되는 차상위를 잠재수급자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이 법안에 따르면 수급자(현행 참여자)는 자신이 참여할 사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법안 19조에 의하면 수급자는 보장기관(시군구청)에서 받은 이용권을 자활급여기관에 제출하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수급자가 자신이 참가하고 싶은 사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인권측면에서 진일보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혹시 특정한 자활사업을 선택하는 수급자가 한 사람도 없게 되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까? 자활급여법 설명회에서 발제한 이재원 교수(부경대)는 발표문에서, ‘가상적으로 생각할 때, 수급권자(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특정 지역에서는 자활지원사업 자체가 수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글로 이런 가능성을 비추었다.

그러나 김영선 팀장은 이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자활급여이용권(자활바우처의 형태로 제공된다)은 모든 사업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또는 직업훈련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서 수급자에게 연간 50만 원어치 바우처를 주고, 배우고 싶은 기술이나 교육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활사업이 신청한 사람들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기존의 조건부수급자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에게 자활사업 참여를 거부할 권리도 주어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도 김영선 팀장은 조건부수급자는 앞으로도 유지된다고 발표했다. 다만 잠재수급자(지금의 차상위와 비슷한 개념) 등 지금까지 자활사업의 중요한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계층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환경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은 여전히 시청이나 구청에서 지정하는 사업장에 가서 면접을 봐야하고, 이용권을 제시해야 하며, 웬만하면 시청이나 구청이 지정한 사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혜택이 있다면 교육 훈련을 받거나 사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정도일 것 같다.

기존 참여자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불리하게 되는 점도 있다. 앞으로 자활사업이 지금보다 근로능력이 높은 사람들 위주로 진행된다면 기존의 참여자 가운데는 자활사업 참여를 그만둬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들 가운에 1~2인 가구의 다수는 자활급여에 훨씬 못 미치는 최저생계비로 살아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센터들의 새로운 모델화 추진

현재 전국에는 242개 지역자활센터들이 있다. 법안에 의하면 지역센터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중앙자활센터와 광역자활센터들이 설립될 것이다. 광역자활센터는 경기와 인천, 대구에 설립되어 운영 중인데, 김영선 팀장은 내년에 6개가 더 설치된다고 했다. 

광역행정구역을 단위로 한 자활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러나 광역센터가 지역센터들을 지원하고 사업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경쟁자가 되거나 통제의 수단이 된다면 곤란한 일이다.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는 정석구 자활협회장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성조 부산진지역자활센터장은 광역센터가 직접사업에 뛰어들고, 광역지자체들이 광역센터를 중심으로 실적경쟁을 한다면 지역센터의 존립이 위태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역센터를 중심으로 한 기초단위를 제대로 구축한 토대 위에 광역센터가 생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영선 팀장은 광역센터는 당연히 전달체계를 말하는 것이며, 지역센터가 안은 과도한 부담을 경감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별 지역센터가 자활근로, 공동체, 창업, 취업, 사례관리 등 지나치게 복잡하고 과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공동체지원이나 창업지원과 같은 일부 업무를 광역센터가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비슷한 개념으로, 이인재 교수(한신대)는 경기도 토론회의 발제문에서 광역센터가 새로운 자활경로의 제시, 취업알선과 같은 실질적인 자활참여기회 제공, 사례관리 시스템 운영, 경영진단 등을 통한 자활공동체의 역량 강화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주장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광역센터가 지역센터의 업무를 일부 떠안는다면, 지역센터의 업무내용도 달라질 것 같다. 실제로 부산 토론회에서 김영선 팀장은 지역자활센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서 흥미를 끌기도 했다. 그는 지역센터가 직접 사업을 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지역 내 빈곤층의 발굴과 관리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적어도 지역에서 노동부 산하 고용지원센터 정도의 위상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도시지역 센터들은 취업알선을 주력으로 하고, 농촌지역에서는 영농 공동체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경기도 지역의 예를 들었다. 경기도의 10개 자활센터들이 구직알선 사업을 했는데, 같은 지역 내 고용지원센터들의 고용성공률은 11%였지만, 지역센터들은 19%였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자활센터들이 취업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지원을 한다면 고용지원센터가 포괄하지 못하는 계층에 대한 지원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덧붙였다.

훈장과 족쇄

법안은 곳곳에서 사업성과에 따른 평가와 인센티브, 제제의 제도를 담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수급자에게는 근로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법안 설명 자료에 따르면 자활장려금을 자활수급자 전반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자활장려금이 차상위계층에게도 지급된다는 말이 된다.

법안은 또한 조건부수급자의 자활사업 참여기간을 제한한다. 자활사업 참여 수급자들을 중간평가하여 급여기간을 달리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활사업 참여자들이 사업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열린 자활급여법 설명회, 3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역자활센터의 사업을 평가하고, 그 지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규정한다. 특히 법안의 25조5항에 의하면 지정권과 취소권을 시 도지사에게 위임할 수도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역자활센터의 지정권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되면 자활사업이 지역의 이해관계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법안은 각 지역의 자활사업 예산을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자활투자협약에 의해서 차등지원할 것임을 규정하고 있다. 자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자활예산 성과금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 제도는 동일한 지역의 자활사업 참여자가 많으면 자활급여를 많이 소진하여 생계급여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므로, 그 절감된 예산을 해당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지역센터의 기본 사업에서 자활사업을 아예 제외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인재 교수는 지역센터는 돌봄노동, 미래인적자원개발, 사례관리와 같은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자활근로사업에 따른 실무 인건비는 사업비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일 이 교수의 주장과 같이 진행된다면 기초지자체를 단위로 한 지역자활센터는 지역의 자활 공급, 수행 체계를 조정한다. 한마디로 기초행정단위의 지역 코디네이터가 되는 셈이다. 대신에 구체적인 자활사업은 지역 내의 다양한 단체들이 수행한다. 이 구상이 실현된다면 지역자활센터 실무자들의 고용문제가 수면에 떠오를 수도 있다. 실무자들의 인건비가 지역센터의 운영비가 아니라 사업비에 포함되고, 실무자들은 사업성과에 의하여 역량을 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구상이 실현된다면 자활 실무자들의 저항이 만만찮을 것 같다.

김영선 팀장은 이날 답변에서 수급자(참여자)를 관리하는 별도의 민간기구 설립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자활관련 업무가 증가하는데 비례하여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기초 지자체 단위의 서비스 전달과 성과관리를 전담할 민간기구가 설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제도가 미국이나 호주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자활급여법의 대상에서 벗어날 사람들에 대한 대책도 궁금하다. 지금 자활사업 참여자들 가운데 지역근로를 비롯한 자활급여법의 수급자에서 탈락하게 될 사람들에 대한 후속 대책도 관심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자활사업 참여자들의 노동력이 지금보다 높게 요구된다면 자활급여를 받지 못할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이 탈락자들에게 생계급여만 지급한다면 그들의 생활은 극도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 자활급여법이 담지 못한 것 **

자활협회는 지금껏 자활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했고, 그들의 의견은 ‘저소득 주민 일자리 지원 및 자활지원에 관한 법률안 (약칭 자활지원법안)’에 담겨져 있다.

자활지원법안에는 지역자활센터가 근로빈곤층을 위한 각종 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협회의 요구는 자활급여법에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다. 자활급여법안에 의하면 지역자활센터는 자활사례관리와 자활급여와 관련된 전부 또는 일부를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자활급여의 내용에는 자활지원법에서 요구한 내용이 대부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자활지원법을 설명하는 최준 정책국장. 자활정책을 설명하는 문자로 얼룩진

그의 얼굴은 제도개편을 고민하는 자활진영을 연상시킨다.

자활지원법은 지역자활센터가 자활공동체를 설립,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자활지원법안은 현행 자활공동체를 자활기업으로 명명하고, 이 기업들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거나 성장하게 지원하도록 했다.

한편 자활급여법안은 지역자활센터 또는 광역자활센터가 자활공동체에 다양한 지원을 하도록 규정한다. 토론회에서 김영선 팀장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자활공동체에게도 별도의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자활사업 참여자의 법적지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문제는 법 제정을 추진하는 복지부가 다른 부처의 눈치를 보느라고 의도적으로 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자활급여법에 의하면 중앙자활센터와 중앙자활위원회가 설립된다. 이 기구들은 우리나라의 자활제도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좋게 운영된다면 자활제도 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자활진영 전반을 관변단체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우려해서인지 자활협회가 만든 자활지원법안은 중앙자활센터가 아닌 중앙자활진흥원이 설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자활급여법안에 중앙자활센터에 관한 조항은 있지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는 없다. 법안이 규정하는 중앙자활센터의 역할 가운데 상당 부분은 지금 자활협회가 하고 있는 것이다.  자활급여법이 발동되더라도 자활협회는 자활의 이익단체로서 존재하겠지만 중앙자활센터라는 강력하고 거대한 조직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 자활급여법안은 어디로 갈까? **

보건복지부는 자활급여법을 올해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자활제도 개편에 관한 공감대가 고조되어 있고, 현 시기가 정권교체기여서 특별한 논란 없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에는 올해가 적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자활협회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는 이 법을 반드시 올해 통과시키기 위해서 다른 부처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은 법안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안만 봐서는 자활사업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시행령이나 지침이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석구 자활협회장은 “자활급여법안이 자활지원법과는 다르지만 작은 차이 때문에 다루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자활협회도 입법을 위한 보조를 맞추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활급여법을 크게 반대하는 세력이 없다면 입법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다. 문제는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 이후가 아닐까? 법은 실제로 시행되기 전까지는 정확한 면모를 알 수 없는 법이다. 부산지역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진재문 교수(경성대)는 기초법이 그러했다고 말했다. 기초법이 처음 제정될 때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았으나, 그 법의 문젯점은 시행된 후에야 드러났다고 말했다.

자활급여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지금껏 무성했던 자활제도 관련 논의의 전환점이 될지언정 종착역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법률은 골격일 따름이고 그 법에 사람의 숨결이 깃들기 위해서는 운영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보태져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