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은 예쁘다, 그러나 자활에는 너무 멀어                                                             정윤식(미디어 팀장)

 

사회적일자리 사업에 최적화 된 사회적기업 인증제도

 노동부가 시행하는 사회적일자리 사업에는 기업체와 연계를 맺고 하거나 비영리 민간단체가 직접 하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노동부는 사회적일자리 사업의 참가자의 인건비조 일인당 월 77만원을 지원하므로 사업시행 단체는 기본적인 인건비 부담은 덜 수 있다. 2007년 노동부 주관 사회적일자리 참가자는 전국 1만2천명이다.

사회적일자리 사업의 내용은 대부분 사회서비스이다. 그렇지만 노동부는 비영리단체가 시행하는 기업연계형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기업연계형 사회적일자리 사업에서 돈도 벌고 있다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데 유리하다.

노동부는 올해 8월에 사회적기업 인증 신청을 받았고, 10월에 처음으로 36개 단체를 사회적기업으로 인증하여 발표했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으면 좋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사회적기업에는 돈이 들어온다.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은 내년에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따는데 유리하다.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한다면 참가자에 대한 인건비 보조는 당연히 따라온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에는 전문인력에 대한 인건비로 월 120만원이 별도로 지급된다. 사회적기업은 번 돈을 벌어서 기존 인건비에 얹어서 지급해도 된다. 하기야 사회적기업이 수익금을 몽땅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익 금액의 3분의2 이상은 사회적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인건비 보조뿐 아니라 사회적기업에는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국가는 부지구입비, 시설비 등을 지원하거나 융자하고, 사회 보험료도 감면한다. 전문 컨설팅 업체가 경영지원도 한다.

이런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이 기업이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의하면, 사회적기업은 취업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취업취약계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어떤 사회단체가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업이 전적으로 사회서비스 제공에만 목매달고 있다면 이 일은 사회적일자리에 머물지만, 조금만 더 노력해서, 인건비로 나가는 금액의 30% 이상 되는 돈만 벌 수 있다면 이 사업은 사회적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업을 생각해 보자. 어떤 회사가 인건비로 1천만 원을 지출한다면 영업으로 버는 수입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 기업의 운영자금, 감가상각비, 사내유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2천, 3천만 원, 어쩌면 5천만 원은 벌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은 인건비가 1천만원 나가더라도 영업수입은 3백만 원 이상이면 된다. 보통 회사가 이런 구조라면 버텨나갈 수 없지만 사회적기업은 가능하다. 사회적기업은 문자 그대로 물건을 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활에는 맞지 않는 옷

사회적기업육성법은 기존에 사회적기업을 유지했거나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는 단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 법이 최적화되는 대상은 노동부가 시행하는 사회적일자리 사업이다. 다시 말하여 자활사업에서 성장한 자활공동체에는 사회적기업의 혜택이 스며들기 어려운 점이 있다.

10월에 처음으로 인증된 36개 사회적기업 가운데는 자활에서 출발한 공동체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훨씬 많은, 대부분의 자활공동체들이 사회적기업 인증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자활정보센터(www.seda.or.kr)의 자료에 의하면 2007년 현재 전국에서 인정받은 자활공동체는 90개 이상이다. 이 공동체들은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가 시행되기 훨씬 이전부터 사회적기업과 같은 목적을 표방하고 운영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지 못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부산 연제자활의 안혜경 실장은 자활공동체들에 법적인 한계가 있다고 했다. <실업과자활>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간병공동체가 스스로 기업이나 단체도 아니며, 이 공동체의 상위에 있는 자활협회 부산지부 또한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자활공동체가 사회적기업으로 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수많은 공동체들이 소규모라는 것이다.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성장한 공동체들의 구성원은 대부분 3~5인 정도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참가자가 10인 이상일 것을 권장한다. 

자활측은 이런 제도에 대해서 볼 맨 소리를 낼 법 하다. 무엇보다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요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사회적기업은 인건비로 보조되는 금액의 30% 이상의 수익만 올려도 인증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활공동체에는 인건비 지원이 없다.

그래서인지 자활 쪽은 사회적기업 인증 제도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활협회의 웹진인 어깨동무에는 11월7일 자활협회 정책위원들과 노동부의 노길준 사회서비스 일자리 정책팀장과의 대담 기사가 실렸다. 협회측은 이 제도가 기업연계형에 너무 기울여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에서 뿌리박고 활동하는 자활공동체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공동체를 묶어서 하나로 - 경주자활의 사회적기업 실험

자활공동체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는 유력한 방법은 사업을 규모 있게 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다산환경이나 컴윈은 모두 법인으로 등록했고, 적게는 15명 이상 사원들이 일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삼삼오오 창업한 자활공동체들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그런 것 같다는 것이 자활현장의 일반적 인식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경주자활의 사례를 듣고 나면 달라진다. 경주지역자활센터는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대구신문이 10월27일에 보도한 기사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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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사회적 기업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경주자활센터는 지난 8월 사회적 기업 ´함께 가는 길´(대표 신경준)을 창립하고 9월 노동부에 인증 신청을 접수했으며, 2개월여에 걸친 심사를 거쳐 23일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2008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사회적 기업 ´함께 가는 길´은 경주지역 취약 계층 1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인, 장애인, 어린이들에게 간병, 가사, 청소 등의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함께 가는 길´ 관계자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겐 일자리를 제공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손길이 되어 이름 그대로 사회에서 꼭 필요한 기업, 없어서는 안 될 공동의 자산이 되겠다" 며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경주시는 물론이고 관공서, 기업,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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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에 의하면 ‘함께 가는 길’ (이하 기사에서 ‘함께’로 적음) 은 경주자활에서 설립한 사회적기업이자 비영리민간단체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기업이 하는 일이다. 노인, 장애인, 어린이들에게 간병, 가사, 청소 등의 사회적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 기업은 자활센터의 일상적 업무를 한다는 말 아닌가?

 경주자활의 ‘남산생태마을’ 내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서 경주자활센터에 문의하니, 공동체와 사회서비스를 모두 묶어서 한 개의 사회적기업으로 만들었다는 답변이 왔다. 경주자활은 ‘함께’라는 별도의 비영리단체를 만들어서, 그 단체가 모든 공동체를 아우르게 한 것이다. 

이런 발상이 생소할 수도 있으리라. 그렇지만 사회적기업의 인증이라는 제도 자체가 2007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새로운 제도 하에서 새로운 시도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 않은가? 과장되게 말하자면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제도를 잘 연구하여 절묘하게 적용했다고 할 수도 있다.

너무 다양한 사업, 함께 갈 수 있을까?

‘함께’의 사업계획서에 의하면, 2007년의 사회적기업 인증에 이어서 2008년에 지역기업과 연계한 사업을 하고, 2009년에는 생산, 소비 공동체로 발전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함께’가 자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충분하지 않다. 그렇지만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서 인건비 지원을 받는다면 앞으로 이 삼년동안 수익을 자립이 가능한 수준까지 향상시킬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함께’는 지역의 기업과 연계하여 생산과 판매에서 시너지효과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함께’에 통합된 사업분야는 무려 일곱 가지나 된다. 이만큼 사업단들의 교통정리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다행이지만,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다음은 경주지역자활센터의 신경준 관장, 민대식 실장과의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질문한 사람들은 부산진지역자활센터와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의 실무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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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준 관장 : 자활은 자본주의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보조적 수단이 되어 버렸다.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월 칠십만 원 짜리 베드잡(bad job)이다. 자활에서는 무얼 하려 해도 꽉 짜인 제도의 틀 때문에 해보기가 어렵다. 우리는 이런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열린 상태를 지향한다.

21세기 초반 한국은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를 고민한다. 자활은 이 양극화를 성공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자활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큰 이유는 전국 242개 자활센터들을 평가하여 규모별로 차등지원하기 때문이다. 차등지원 제도 때문에 전국 자활센터들은 협력이 아닌 경쟁관계가 되었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달 수입이 적어도 150만원은 되어야 한다. 한국의 빈곤계층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탈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 길을 찾아가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자활제도의 막힌 곳을 뚫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도 같다. 앞으로 10년 정도 이 방법을 실험하고자 한다.

- 지금 자활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자활은 복지인프라의 하부조직이 될 것 같다. 이런 변화된 환경 속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핵심적으로는 지금보다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실적으로 자활의 전망은 공동체를 독립시키는 것인데, 공동체는 1인당 50만원만 지급해도 된다. 이래서야 공동체에 전망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양심이 있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은 자활 이외의 인프라를 끌어들일 수 있다. 사회적기업은 자활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갖고, 관련된 여러 곳과 함께 전망과 해답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 경주자활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은 경주지역에서 인적, 물적 자원동원에서 유리하기 때문 아닌가?

“우리가 지역에서 완전히 독점적이지는 않다. 경주자활이 독점적으로 하는 사업은 집수리와 학교청소 두 가지뿐이다. 다른 사업은 다른 단체들도 실시한다. 오히려 우리는 이 제한적 경쟁관계 속에서 독점적인 개척을 했다. 바우처사업의 예를 들자면, 다른 단체들은 경주 시내에서만 서비스를 하는데, 우리는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채용하여 그곳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질문을 듣는 신경준 관장(흰색 와이셔츠)과 민대식 실장(신 관장의 왼쪽)

- 경주자활은 지역내의 포지션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경주는 전체 면적이 서울시보다 크다. 이곳은 중소도시형이면서 동시에 농촌형의 특징도 있다. 포지셔닝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면서 이곳의 지역 언론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2006년에는 집수리사업에서 남은 자재를 이용하여 추가로 서비스가 필요한 집 열 곳을 무료로 수리한 적이 있다. 이때 경주 시장도 오고,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사랑의 집짓기’ 사업을 하게 되었다.

생태와 관련해서 우리는 남산생태마을을 만들었다. 남산생태마을은 자활에서 하는 일은 허술하다는 일반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경주자활은 경주에서 중요한 단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당장 공동체를 만들거나 수익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내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자활에서 하는 병원간병은 엄밀히 따지면 근로자파견법에 저촉된다. 그런데도 할 수 있는 것은 자활제도라는 커다란 보호막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회서비스를 자활이 아니라 ‘함께’라는 비영리단체가 수행한다면 여타의 민간단체들이 시비 걸지 않을까?

“그런 문제도 예상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 무료직업소개소로 등록했고, 경주자활에는 취업지원 담당자가 두 명 배치되었다.”

- ‘함께’의 의사결정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의사결정구조에 대해서는 참여자들과 논의 중이다. 우리는 직접민주주의를 추구한다. 총회를 비롯한 의사결정체가 있고, 취업규칙도 만들 것이다.”

- 사업부문이 다양한데 각 사업단은 독립채산제인가?

“아직 실험 중인 조직이어서 난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하게 결정되지는 않았으며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다. 현재 검토 중인 것은, 완전한 독립채산제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노동기여도 같은 것으로 약간의 차등이 있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특정한 사업에만 참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집수리를 하는 사람이 비오는 날에 놀 게 아니고, 영농 팀의 비닐하우스에 가서 상추를 따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이 하루 만에 다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 참가자들이 사회적기업으로 가는데 선뜻 동의했다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 이익금의 30%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은 일부 자활실무자들에게도 생소한 개념이다.

“직접민주주의에 관한 교육은 마케팅이나 기능교육보다 어렵다. 이런 것은 회의구조로 경험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현장중심의 컨센서스를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우리 기관의 스태프들의 열정과 헌신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는 2006년부터 교육했기 때문에 용어에 익숙하다. 각 공동체는 앞으로 사회적기업으로 간다든지, 이익금의 일부를 사회환원한다는 것을 정관에 명시했다. 지금 예상으로는 사람들이 합류는 쉽게 하겠지만 소득구조에 관한 협의는 쉽지 않을 것 같다.“

- ‘함께’라는 같은 우산 아래 여러 가지 사업이 있다. 같이 한다고 하지만, 사회서비스와 시장에서 서비스를 하는 두 가지 사업은 같이 가기 힘들 것 같다.

“서비스 부문은 계속 민간단체로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덩치가 너무 커지면 의도하지 않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나중에는 서비스와 수익창출 기업 두 개로 나눠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