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투쟁하고 있다.

투쟁은 강렬하고 조직적이고 지속적이다. 투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절박한 사정을 호소한다.

그러나 이 투쟁은 분산적이다. 고립된 몇몇 지역에서만 타오르고 있다. 자활노동자들의 권리에 관심이

있어야 할 240여 지역자활센터들의 다수는 이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자활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도 투쟁의 열기가 높은 지역에서만 울릴 뿐 인접한 지역에서조차 무관심한 상태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활노동자란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자활참여자 또는

자활근로참여자로 불리는 그들을 투쟁의 주체들은 자활노동자라고 부른다.

자활노동자라는 명칭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정체성에

관한 혼란도 담은 명칭이다.

5월22일 창원에서 열린 자활노동자권리찾기대회

자활노동자, 그들은 누구인가?

자활노동자는 누구인가? 자활노조가 창립되던 2003년에 이 명칭은 자활센터의 실무자들, 그 가운데서도

정규직 직원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자활노조는 창립선언문과 규약에 자신들이 자활노동자들이며,

자활노동자들은 저소득 빈곤주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옹호를 위해 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자활사업에 참여자하는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자활노동자로 대우하자는 주장은 2005년 이후 서서히

불거져 나왔다. 당시 자활노조는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었고, 노조가 자활실무자만을 조합원으로

포괄해서는 조직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부적 검토를 마친 상태였다. 이런 결정을 한 배경 가운데는

자활정세의 변화도 있다. 자활후견기관들은 규모 확장과 더불어 성과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였고,

각 기관들은 자활참여자 뿐 아니라 다양한 비정규직, 임시직 실무자들을 채용하게 되었다. 자활참여자들

또한 이전에는 절대다수가 수급권자들이었지만 차상위를 비롯한 저소득층의 참여도 확대되어 갔다.

복지와 생활보장은 쇠퇴하고 경쟁과 효율은 높아져가는 자활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일부 기관

]실무자들만의 운동으로는 동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자활노조의 계획대로 실무자와 참여자가 모두

참여하는 조합을 꾸릴 수 있었다면 자활내부에서 더욱 강렬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활노조는 아직도 참여자를 포함한 전국적인 조직이 되지 못했다. 지금 자활노조는 권리찾기

운동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운동의 힘이 강렬하지 않은 것은 조직이 전체의 판을 움직일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충급여를 벌기위해 일하는 조건부 수급권자

그렇다면 투쟁진영이 자활노동자라고 부르는,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자활참여자들은 일반적으로 자활근로 또는 자활공동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좀 더

광의로 보자면 로또복권기금을 지원받아 수행하는 가사간병사업 참여자나 바우처사업에 참여하는

일반인들도 포함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활참여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 체계에 의하여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자활사업에는 기초수급권자와 차상위가 참여할 수 있지만,

실제 참여자들의 다수는 수급권자들이다.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수급권자는 조건부수급자라고 부른다.

그들은 기초법에 의하여 최소한의 생계지원을 받지만 이 지원은 자활사업의 참여를 조건으로 해서

주어지는 것이다. 조건부수급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노동연계복지제도에 의해 빈곤층에게 주어지는

일자리 프로그램이 되겠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것을 일종의 강제노동이라고 보기도 한다.

자활근로에 참여하면 월급형태의 임금이 지급된다. 기초법 수급자들은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최대치에서 자활임금을 뺀 금액을 보충급여로 받는다.

4인가구를 예로 들어보자. 올해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는 126만원이다. 4인가구 가구원들이 모두 근로무능력자들이고,

집은 세를 들어 살고 있다면 이 가구가 현금으로 받는 최저생계비는 월105만원이다. 만일 이 가구에서

한 사람만 노동력을 할 수 있는데, 그 사람이 자활사업에 참여하여 임금으로 80만원 받았다고 하자.

이 사람은 자활근로에서 80만원을 받았으므로 최저생계비에서 모자라는 25만원이 보충급여로 지급된다.

이렇게 되면 이 가구의 총 소득은 최저생계비 현금지급기준의 최대치인 105만원이 된다.

이런 계산법이라면 자활사업에 참여하거나 말거나 현금으로 들어오는 소득이 똑같기 때문에 근로 유인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자활근로참여자들에게는 자활장려금이 별도로 지급된다. 임금에서 실비를 뺀 금액의

30%인데 사업에 따라 다르지만 월 15만~20만 원정도 된다.

그러므로 3~4인가구의 자활참여자들은 한 달에 20만 원 정도의 자활장려금을 벌기위해 매일같이 사업에

참여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자활사업의 성과가 미흡한 원인이 되기도 한데, 이 기사의 주제가 아니니까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5월31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반실업대회에서 창원자활센터 참여자가 자활노동자 권리를 주창하고 있다.

일반 노동자와 별로 다르지 않은 자활근로자의 노동조건

자활근로에 참여하는 사람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근로자가 맞는가 하는 문제는 기초법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논쟁거리였다. 지금까지 정부의 일관된 태도는 그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명시적이고 확정적으로

그들의 근로자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피해왔다.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노동자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자활근로참여자는 너무나 흡사한 형태의 고용·피고용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자활노동자와 일반노동자는 모두 사업에 참여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자활노동자도 주5일 만근시에는 1일분의

일당에 해당하는 주차수당을 받는다. 연차휴가와 같은 개념으로 자활노동자들도 1월 만근시 1일간 쉴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은 월차휴가에 대해서는 연말에 현금으로 보상한다. 일반직장의 퇴직금과 같은 개념의 자활준비적립금도 있다.

자활노동자들에게 매월 급여의 10%를 적립했다가, 사업참여기간이 12개월 이상이고 창업 또는 취업하거나, 자활공동체로

나가면 적립된 금액을 지급한다.

위의 규정들을 보면 자활노동자들에게 당장 근로기준법을 적용해도 충돌할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반적인

노동자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부분도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충돌하는 부분은 고용보험에 관한 것이다.

회사는 소속 사원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가입시킨다. 이것은 의무규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취업을 했다는 것은 회사

명의의 건강보험증이 나오고 실업을 대비한 고용보험에 가입되었다는 말이다. 회사는 산업재해에 대비하여 산재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산재보험은 되고 고용보험은 안 돼, 자활노동자의 딜레마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매년 나오는 자활지침들은 자활근로참여자들을 산재보험에 가입시켜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다른 보험에 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지침의 이러한 내용은 자활근로 참여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기 싫은

복지부의 고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참여자들을 산재에 가입시키는 순간 노동부는

그들을 고용보험에도 가입시켜야 한다는 통보를 한다. 결국 자활사업 시행기관들은 참여자에게 산재와 고용보험에

모두 가입시키게 된다.

조건부수급자들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킬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고용보험의 중요한

기능은 실업에 대비하는 것이다. 직장을 잃어도 급격한 소득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인 고용보험이 조건부수급자에게는

별로 필요 없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그들이 자활근로를 중단하면 기초생계비가 지급된다.

그러므로 조건부수급자의 노동자성에 대해서는 수긍의 여지가 있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차상위 참여자에 관한

것이었다. 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참여자들을 고용보험을 비롯한 4대보험에 가입시켰지만 이에 대한 지침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의미에서 2005년과 2006년의 지침은 이전에 비하여 진일보한 것이었다. 지침은 차상위계층에

한해서 4대보험의 사업주 부담분을 자활근로 예산에서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4대보험 가입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2006년5월에 법제처는 자활노동자들의 신분에 관한 의미있는 발표를 한다.

법제처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어 “차상위계층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차상위계층을 비롯한 자활근로 참여자들의 노동자성 논란은 일거에 정리가 되는 셈이었다.

복지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2007년 2월에 발간된 지침에서 수급자와 차상위를 막론하고 자활근로참여자는 모두

산재보험의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대신 자활참여자들은 상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가난한 자활노동자들이 국가에서 구축한 산업재해 시스템에서 쫓겨난 것이다.

이 문제로 인해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자, 복지부는 산재보험법상에 특례조항을 만들겠다고 했고, 2008년 지침부터

자활근로 참여자도 산재보험에는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지침에 의하면 차상위계층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고용보험은 임의가입이 가능하다.

수급자는 산재보험에만 가입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싶은 정부

자활사업참여자들은 내용면에서 일반 노동자와 거의 같다. 그런데 정부는 왜 그들의 노동자성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원인은 정부가 자활사업과 그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용의 유연성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정부는 자활사업 규모를 매년 손쉽게 변경시키고 사업참여자들도 마음대로 갈아치우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으면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한다.

지금은 사업참가를 중단시키려면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면 그만이지만, 노동자성을 인정하면 해고를 하려해도

적어도 30일 이전에 예고를 해야 한다. 올해 시행하는 사업이 잘 안되어서 내년에 사업단의 문을 닫으려 해도 참여자들을

대표하는 조직과 구조조정 계획을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 2006년의 한겨레신문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112065.html)에 의하면, 복지부가 차상위 자활사업참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 ‘ 노동자로 인정할 경우 참여자들이 자활사업에 안주하는 등 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고,

예산 부족으로 차상위계층 자활사업 확대가 곤란하다’며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사업방향과 예산을 변경해야 하는 정부부처로서는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7월10일 전주에서 열린 '자활노동자 임금 현실화를 위한 토론회'

 

 차상위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법제처

올해 자활노동자권리찾기 활동이 전국의 자활센터들에게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도 위의 사정이 일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활센터를 비롯한 자활사업 실시기관의 실무자들 입장에서 참여자들이 정당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한다면

사업운영에 지장을 받을 것이다.

권리 찾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자활센터의 실장은 기자에게 자신은 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지자체가 배치하여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인 것 같지 않고, 그들의 작업내용

또한 일반 노동자가 하는 일 같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참여자들이 가진 노동의 질이나 양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기준에 비하면 매우 낮으며, 사업 참가가 중단되어도 대책 없는 해고가 아니라 기초법에 의해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이 되기

때문에 그들에게 일반 노동자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위 의견에 수긍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조건부수급권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상위 참여자는 어떻게 봐야할까?

차상위 참여자들은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서 사업에 참여했고, 참여를 중단하면 별도의 생계대책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 문제에 대해 노동부는 한때 차상위 참여자를 노동자로 보았다. 2006년5월까지는 그랬다.

노동부는 2005년 4월에 차상위계층이 퇴직금을 못받은 사건에 대해 자활후견기관장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같은 해 7월에는 부산사하구청이 낸 ‘자활근로사업 참여자의 노조법상 해당여부에

대한 질의회시’에서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노동부의 이런 태도가 바뀐 것은 법제처가 2006년5월26일, “차상위계층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라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서울시 마포구청에 발송한 법령해석에서 차상위계층의 노동자성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자의 경우 비록 임의적으로 자활사업에 참여하지만, 자활사업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기 위하여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활사업에

참여한 차상위계층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도 조건부 수급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생계보조금의 성격을 가지므로 이를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법제처의 해석을 근거로 노동부는 자활사업 참여자의 노동자성이 없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결정에 대해서 여성계와 노동계, 빈민운동진영 등은 즉시 반발했다. 그러나 그 반발이 큰 파괴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자활노동자 운동에 불을 당긴 2008년 지침

자활참여자의 노동자성 문제는 2008년1월에 발간된 지침으로 인하여 새롭게 대두되었다. 올해 자활사업 지침에 의하면

자활근로 참여자들의 급여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8년도의 시장진입형 자활근로와 사회적일자리형 자활근로 참여자들의 일당은 각각 2만9천원과 2만6천원이다. 참여자들은

위 금액보다 각각 2천원씩을 더 받는데 그것은 실비 명목으로 지급된다. 실비는 교통비와 식대 등으로 사용하는 금액이다.

한편 올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8시간 근무 기준으로 하루 30,160원이다. 자활근로 참여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당을 받는 것이다.

자활사업이 시작된 이래 복지부는 자활근로 참여자의 근로자성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그러나 2007년까지 자활근로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한 적도 없었다. 최저임금 위반여부의 시비에 걸리는 것만은 피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 수 없지만 자활근로참여자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만들었다.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는 전주덕진 참여자

 

경남과 전주의 서로 다른 투쟁방식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 책정은 그동안 잠잠했던 자활참여자들의 노동자성 문제를 다시금 일깨웠다. 이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강렬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곳은 경남지역의 자활센터들이다. 자활협회 경남지부는 올해 1월, 지부대표자회의에

이 문제를 안건에 상정했다. 회의결과 자활사업 참여자의 노동자성 인정 여부가 지침문제의 핵심이라고 판단했고, 복지부에

질의서를 발송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4월에는 ‘자활노동자권리찾기경남대책위원회’를 결성했고, 5월22일에는 창원 정우상가에서 4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자활노동자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경남실천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경남지역의 자활노동자들뿐 아니라 충남 천안의 자활노동자들도 버스를 타고 와서 참가했다.

자활노동자 권리찾기 운동은 이후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전국실업단체연대는 반실업대회에서 이 문제를 중요한 주제로 다루었고,

여성노동자회도 문제를 연구하고 토론하기로 했다.

전북에서도 운동의 불길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7월10일 전주의 전교조 전북지부 회의실에서 ‘자활사업 참여자 임금현실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북지역의 자활사업

참여자와 자활, 노동 관련단체 관계자 50여명이 참가한 이 토론회에 참가한 어느 자활사업 참여자는 월 70만원 임금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생활을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전주의 활동 방식은 경남의 ‘자활노동자권리찾기’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 전북은 ‘노동자’라는 말 대신에 ‘참여자’라는 기존의

용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집회와 선언의 방식이 아닌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위한 활동을 하는 편이다.

전주시 덕진구의 자활참여자 62명은 지난 5월29일, 노동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이유는 노동부로부터 고용보험 자격이

상실되었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자활참여자들은 근로자의 실업을 예방하고 조기재취업을 유도하기 위한 고용보험에

자활참여자들을 배제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의사로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자활급여액은

실제 참여일수에 비례해 산정된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상 임금’이라며 자신들 역시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주덕진의 시도는 공식적인 국가기관이 응답을 해야하는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실용적인 접근방법이다.

이러한 시도로 인한 성과도 있었다.

전주덕진자활센터는 7월초, 노동부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자활근로 참여자하는 수급자들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결정이 온 것은 인권위원회가 사실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노동부에 질문을 했고, 노동부는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부당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것은 수급자를 고용보험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올해 지침을

한 발짝 더 개선시킨 성과로 평가될만 하다.

 

서서히, 그러나 강렬하게 번지는 자활투쟁

박준홍 전주덕진자활 관장은 기자에게 센터 실무자들이 앞장서서 이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센터는 평소에

참여주민들의 권리에 관한 교육을 했을뿐이며, 모든 활동은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서 움직였다고 한다.

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에도 교육에 관한 부분을 강조했다고 한다. 자활사업 참여주민들이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는데

고용보험의 재직자교육제도를 활용하고 싶어도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서 할 수 없는데, 이런 것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활노동자들의 권리찾기 운동은 격렬하거나 차분한 방식으로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활협회는 올해

협회장을 두 번이나 선출하는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전국적인 운동을 주도할 여건이 되지 않았고, 자활노조 또한 조직력이

 예전같지 않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박찬무 공공노조 자활지부장은 운동이 당분간 각 지역별로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와 인터뷰한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지역의 자활센터의 실무자들은 그동안 운동이 질질 끌려져서 이제는

동력을 상실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실무자는 자활선진화 프로젝트가 도입되는 등 자활정세가 급변하고

있어서 지금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기가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자활정세는 엄청난 변화의 시기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정세 속에서 자활 진영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움직여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자활사업이 제도의 유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자기 정체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자활센터가 정부정책을 대집행하는 기관이라면 제도변화에 대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자활센터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설립되었다면 다른 무엇보다 앞서서 그들의 권리찾기에 나서게 될 것이다.  

다음은 어느 자활센터의 참여자가 국가인권위원회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집에서 기르는 개돼지도 때가 되면 밥을 먹이는데 보건복지부에서는 차비와

점심식사 값으로 2 천원을 주는데 2 천원이면 차비도 안되는 돈으로 힘든

노동일을 하는 자활인들을 라면도 못 먹고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인지

보건복지부의 처사가 자활인들을 울리는군요

2천원으로 차비와 밥값이 나올 수 있는지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자활인들을

우롱하는 것은 아닌지요 보건복지부의 처사가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정윤식 미디어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