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반실업 운동

스웨덴은 흔히 사회복지제도의 천국으로 알려졌지만, 그 제도를 비판하는 시각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스웨덴의 경제학자인 조니 먼카머는 노르딕 국가들의 제도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복지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가 세금을 과도하게 징수하기 때문에 경제는 비효율적이고 국가 재정은 위기로 치닫는다고 비판한다. 그의 발언은 다음 비디오에서 볼 수 있다.

http://kr.youtube.com/watch?v=YrOBdbnYtJY

한편 이와는 반대로 스웨덴에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파도로 인해서 실업자들의 삶이 더욱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스웨덴의 <공산주의와 계급투쟁을 위한 저널>인 riff-raff(http://www.riff-raff.se/)은 2006년 예텐보리에서 있었던 반실업 운동을 소개한다. 예텐보리는 스웨덴 제2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도시로서 인구가 50만 명이다.

이 기사에 의하면 스웨덴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자활사업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실업자가 실업급여만 받으면 되지만, 이제는 실업자가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공공근로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실업운동 진영은 실업자들을 죄인으로 취급한다고 주장한다.

홈페이지에 실린 기사가 전하는 그들의 투쟁 과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공공근로가 노예노동이라고 주장하는 예테보리의 반실업운동

공공근로에 반대하는 그들의 첫 번째 투쟁은 공공근로를 지정하는 고용센터에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고용센터를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투쟁의 현장으로 삼았다고 한다. 고용센터에서 공공근로를 지정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에게 커피와 케이크를 제공하며,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유인물은 실업의 원인을 설명하고, 실업자들은 실업상태에 대하여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APPLE을 반대하는 캠페인

다음단계의 투쟁은 세미나 개최였다. 세미나에는 고용센터와 실업자들의 대표가 참가했다고 한다. 세미나를 한 뒤에 그들은 AKO라는 조직을 결성했다. AKO는 실업자들의 투쟁조직이라는 뜻이다.

애플(APPLE)이라는 고용센터가 공공근로 참가자를 500여명 모집했고 시 당국은 사업을 시작하려 했다. AKO는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파업을 일으킬 것을 목표로 해서 리플렛을 제작하여 배포했다.

공공근로가 시작되던 날, 그들은 대표자들의 회의 소집했다. 회의가 열렸다면 파업이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총회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때 그들이 사용한 구호는 ‘Your Local Slave Keepers - 당신네 구청의 노예 일꾼들' 또는 ’No wage - No work - 무임금 무노동‘ 등이었다.

결론적으로 파업에 준하는 투쟁은 실패한 셈이다.

투쟁의 경험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투쟁의 역량이 없어서인지 모르지만, 그들의 시도가 강렬했던 것 같지는 않다. 이후 그들은 이메일을 통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이후 이 조직은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투쟁의 방법은 태업이라고 판단했고, 공공근로 참가자들에게 태업을 권유했다. 이때 사용한 구호는 ‘No cash, No toil - 무급노동에 땀을 흘릴 수 없다’였다. 그들은 정부와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무상으로 부린다면서 분노했다.

이후 AKO는 카페를 열어서 실업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정보를 나누도록 했다. 그리고 이런 투쟁이 알려져서 지역의 방송과 신문에 그들의 활동이 소개되었다고 기사는 전한다.

이 기사는 2006년 봄에서 여름까지의 진행과정을 기록하여 8월4일에 작성하였다고 기록한다. 따라서 그 이후의 활동은 알 수 없다.

다음은 이 기사의 앞부분에 실린 그들의 선전물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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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예테보리의 반실업운동

최근 상황 : 자본에 대항하는 무기로서의 반실업 운동

실업은 노동계급 전체를 겨누는 무기이다. 실업의 고통은 실업자들에게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최대의 수준으로 쥐어짜서 쓰레기 같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절박한 심정으로 구직활동에 나서는 산업예비군들이 있을 때 사용자들은 그들 가운데 아무나 골라 쓸 수 있고, 고용센터들도 강압적일 수 있다. 그들은 우리들을 훈련생이란 이름으로 저임금이거나 심지어는 무임금으로 일하게끔 몰아넣는다. 그들의 목표는 실업자들에게 저임금 노예일지라도 실업의 대안으로 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요구를 점점 낮출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성공했다.

완전한 산업의 개념은 실업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우리가 학교를 졸업할 때 아무도 자신이 훗날 맥도날드나 버거킹에서 일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사정은 달라졌고, 친구들은 대부분 비슷한 장소에서 일한다.

옛날에 괜찮았던 일자리는 이제 점점 개판 같은 직장이 되고 있다. 일부 직장들, 그러니까 콜센터 같은 곳은 정말로 자포자기 한 구직자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실업의 짐

자본이 우리들에게 드러내는 의도는 우리가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 역설적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며, 심지어 실업에 대해서도 그렇다. 노동계급은 더 좋은 삶을 위해 투쟁하지만 자본은 우리가 더욱 힘들고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도록 투쟁한다. 사회는 노동계급인 우리가 원하는 것과, 자산가들의 경제적 이득을 다투는 투쟁의 공간에서 존재한다.  

1990년대는 실업문제를 피할 수 없는 시기였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조금 늦기는 했지만 스웨덴에도 신자유주의의 파도가 닥쳤던 것이다. 인플레이션과의 투쟁이라는 미명하에 진짜이 문제와 싸워야 했던 사람들은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의 이익은 극대화었고, 이를 위해 우리들의 노동조건과 임금은 나빠졌다. 70년대부터 성장했던 우리들의 급진주의와 계급투쟁은 실업문제가 우선적인 화두로 등장한 몇 가지 전략들에 의하여 말살되었다.

스웨덴의 실업은 전적으로 내부의 조건 때문에 발생한 경제 후퇴로 인한 것이었다. 규제를 벗어난 중앙은행은 지나친 대출을 남발하여 엄청난 투자의 거품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인플레와 경제침체로 인한 값비싼 분투의 고통은 특히 실업자에게 심했다. 예전의 노동이론이었던 완전고용은 이제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실업은 일상적으로 발생했고, 엄청난 인플레로 인하여 회사들이 도산했다.

우리는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 정책을 잊지 못한다. 망해가는 경제를 구하기 위한 긴축정책과 근검, 규모축소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해고를 당했다.

정말로 기억해야 할 사실은 90년대의 근검절약 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경기후퇴 시기에 우리들은 더 열심히 일을 하고도 합리화와 실업의 고통을 떠안아야 했지만, 그들은 계속 이익을 남겼다. 이것이 바로 자본이 움직이는 방법이다. 우리들에게는 위기가 닥치지만 그들에게는 아니다. 경제위기가 오면 그들은 우리가 만들어낸 돈으로 시설을 증설하고 더 많은 이익을 거둬들인다. 우리의 투쟁은 70년애데 자본주의에게 대부분 승리했지만, 이제는 패했다.

오늘 공세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그러나 자본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본은 노동력이 비축된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서로 일자리를 놓고 필사적으로 투쟁하기를 원한다.

실업자들은 개 같은 일을 하느니 실업수당이나 사회복지수당을 받으며 지내기 바란다. 어떤 사람들은 장기 실업자가 되는데, 그들은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은 실업자 통계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 같은 임금수준이나 고용조건의 통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실업수당은 사람들이 개 같은 직업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그러나 자본이 고실업 시대의 와중에 찾아낸 해결책은 실업이 마치 범죄라도 되는 양 비난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실업자들을 사회의 짐이며, 사회부조의 도둑이며 중독자라고 묘사했다.

예전에는 사회보장제도가 우리가 어느 날 실업자가 되었을 때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이 마약과 비교되고 있다. 이제는 장기질환자로 등록된 사람들에게까지 벌을 부과하고, 실업자들은 죄인처럼 취급한다. 

죄인취급과 별개로 실업자에 대한 통제와 모욕은 우리들에게 점증하는 압력이다. 고용센터와 사회보험청의 실무 기관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점점 무력적으로 변해 간다. 요즘 그들이 하는 일은 실업자들에게 아무 직업이나, 심지어는 무급의 공공근로 일자리라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초점도 없는 그 모든 과정과 우라질 훈련프로그램에는 목적이 있다. 실업자들에게 고용센터의 발톱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 원칙 : 공공근로

옛날에 일자리의 원칙은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원칙은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쓴 80년대와 90년대에 완전히 떠내려가 버렸다. 그리고 균형고용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실업률을 항상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임금을 후려 깎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그들은 다른 방법을 추구했다.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고, 실업상태에 머무니까,  실업정책이 그들의 계획처럼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Ak-arbete’ in the 1930s.

역사적인 암중모색이 끝나고 요즘 새로운 노동정책이 드러나고 있다. 오늘날 실업기간에 받는 급여는 권리가 아니고 이제는 복귀를 위한 특별한 혜택이 되었다. 이 새로운 모델은 공공근로로 활용된다. 실제로 이 제도에 의해서 실업자는 사회보장연금이나 실업급여만 받으면서 일을 해야만 한다.

옛 기록을 뒤져보면 이 제도가 스웨덴에서조차 처음으로 생긴 것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1930년대에 이 제도는 Ak-arbete라고 불렸다. 이 제도에 의해서 실업자들은 공공기관이 주선하고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일자리에 동원되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주로 건설, 습지 일구기, 숲가꾸기와 같은 저숙련 노동이었다. 그들은 스웨덴의 오지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을 했다.

그런 직종을 공공근로로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런 일에는 예산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기계와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수많은 도구가 발명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아주 단순한 도구가 주어졌다. 그들이 대규모 공업도시를 떠나 인구가 희박한 곳에서 집단 거주하게 함으로써 실업자들을 격리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공공근로를 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만족스러운 경우는 없었다. 그들은 동종 직업군 최저임금의 3분의2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이처럼 불편한 노동환경 때문에 그들은 자신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다른 직종을 구하도록 강요받았다. 공공근로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평생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을 박탈했다.

실업제도와, 실업자들을 열악한 일자리로 내모는 정책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근로의욕을 상실하지는 않을까 하는 양대 정당의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보험정신’이나 ‘사회적 기생충’ 같은 말이 회자된다. 그들은 노동시장의 작동방법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합리적인 임금수준을 제공한다면 모두에게 일자리가 있을 것이다. 당연한 말 아닌가?

우리들과 세계

우리들에게 닥친 오늘날 노동시장의 진실 된 모습은 스웨덴 정치가들이나 고용주들이 꾸미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신자유주의와 공공근로는 밀턴 프리드만이나 페르손, 프레드릭 라인펠트가 말하는 멋진 이론들의 추악한 면일 뿐이다. 그들의 이론은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된다는 동화나 반복한다. 그러나 노동계급을 위협하는 무기로서의 실업은 자본주의가 태어날 때부터 내재적인 가능성으로 간직한 것이다. 

오늘날 정치인들과 사용자들은 우리가 지금의 처지에서 만족하도록 가진 노력을 기울인다. 양대 정당은 세계화를 비난하고, 말도 안 되는 토론과 난센스로 날밤을 지새우지만, 실업에 관한 토론은 회피한다. 사장들이 그들의 공장을 해외로 내보낼 것이라며 위협하면, 정치인들은 그들에게 더욱 큰 권력을 부여한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범지구적으로 일하고 세계화를 지향한다면, 투쟁 또한 세계화가 될 것이다. 파리 시가지에서 투쟁이 있었고, 교외는 불탔다. 독일의 고용센터들이 점거되었고, 아르헨티나는 도로점거로 혼란이 일어났다. 이런 것들은 작은 예일 뿐이다.

자본만 우리들을 통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투쟁을 통하여 자본을 통제할 수 있다. 우리가 소극적이면 우리들은 희생자가 될 것이고, 우리가 밀어붙이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쳐나갈 것이다. 우리들의 투쟁과 경험이 쌓일수록 우리들의 지위는 점점 높아질 것이며, 계급이 없는 사회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자유롭고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환경이라면, 자본주의가 세계화될수록 우리들도 효율적으로 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투쟁하는 노동계급이 이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성취를 위해서 누군가는 선봉에 서야 한다. 실업이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지만, 실업운동은 자본을 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실업률이 낮았던 70년대에 유연성과 직업전환의 자유는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투쟁의 구호였다. 이제 우리에게도 그 시대가 왔다. 다시 한 번 그 방향으로 나아가자 -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향한 집중이 바로 해결책이다. 플러스 잡스와 다른 형태의 임금 하락 정책은 투쟁의 대상이다.

이 기사에 대하여 : 이 글은 AKO가 작성한 문건을 조금 고쳐서 번역한 것이다. 이 글의 원제목은 Arbetsl?as kamporganisation(실업자들의 투쟁조직)이며, 2006년 스웨덴에서 열렸던 몇차례의 강연에서 사용했다.

고용센터(Job Center) : 스웨덴의 고용센터는 ‘Arbetsf?medlingen’라고 한다. 이 사무실은 정부조직인 Arbetsmarknadsverket의 일부분을 이루며, 실무자는 10,000명이다.

공공근로(Workfare) : 공공근로 개념은 스웨덴에 아주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페르손 : 이 글을 쓸 당시의 스웨덴 총리

프레드릭 라인펠트 : 이 글을 쓸 당시의 스웨덴의 야당인 우파 정당 지도자. 현재 총리

플러스 잡스 : 정부의 새로운 노동정책

<기사 작성과 번역 : 정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