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스페인의 몬드라곤 복합공동체에 관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글쓴 이는 케빈 J 존스이며, 2000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의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geocities.com/kevinjjonesy/distributism/mondragon.html

 

 

몬드라곤, 더 큰 나눔을 위하여

Kevin J. Jones

거대한 이념적 충돌기간이었던 이십세기 중반, 민주주의, 파시스트 국가들, 그리고 공산주의 독재가 지구의 절반을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뒤덮었다. 이베리아 반도도 세계적 전염상태를 벗어날 수는 없어서, 스페인 내전이라는 비극적인 충돌을 맛보아야만 했다. 민주주의에서 전체주의적 공산주의에 이르는 자유파는 패배한 진영이었고, 경제적 이론으로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부류의 프랑코 지지자들이 속한 팔랑헤 주의자들이 그 반대쪽 진영이었다. 스페인의 경제정책은 자신의 집권기간동안 선거에 의해 한 번도 도전받은 적이 없었던 프랑코와 그의 정권의 편에서 수립되었다.

스페인 경제를 잘게 나누어보면 전국적인 정치적 개혁과는 무관하게 극도로 지역에 기반한 체제이다.

1941년의 바스크주 아라사테 마을, 지난 10년간 노동운동은 탄압에 시달렸고 실패로 점철되었지만 노동계급의 활동은 여전히 남아있는 이곳에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레타라는 잘 교육받은 신부 한 사람이 도착했다. 아리스멘디라레타(바스크 이름이 너무 길어서 아리스멘디라고 줄여 부름)가 애초에 부임했던 목적은 도제학교(직업학교)에 대한 정신적 자문이었다. 아리스멘디는 이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노동계급이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힘을 모을 수 있다고 확신했으며, 직업학교와 기술학교를 새로 더 많이 설립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돈과 물품을 기부하도록 설득했고, 1947년에 에스큘라 직업학교를 설립할 수 있었다.

호세 아리스멘디 신부

아리스멘디는 지역의 노동자들과 기술학교 학생들의 회합을 조직해서 오랜 기간 정의로운 경제의 원칙에 관해 토론했다. 토론의 상당부분은 레오13세 교황의 사회적 가르침과 레룸 노바룸 회칙에 의거한 것이었으며, 당시에 실정에 맞는 비독재적 대안을 개척했다. 아리스멘디 사상의 압권은 계급투쟁이라는 달콤한 표현을 반드시 피해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리스멘디는, 이십세기는 혁명이라는 환상을 폭력과 같은 여러 가지를 수단으로 신봉하는 시대라고 특징짓고, 이것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리스멘디는 계급투쟁에 관한 토론에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분명하게 말했다. “이러한 접근은 프랑코 정권의 관료들에 대한 혐오를 방지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세기동안 지속된 노동자와 자본가(소유주들)들간의 이념적 분리를 회복할 수 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초의 노력으로, 토론그룹은 당시에는 맹점으로 감춰진 - 지금은 분명하지만 -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것은 노동자와 소유주를 묶어서 계급갈등을 그치게 하고, 그 갈등이 사라진 이후에는 계급전쟁 또한 종식된다는 것이었다.

 

바스크 문화에는 중세 길드 체제에서 비롯된 오랜 협동조합 기업의 전통이 있다. 하지만 19세기에 접어들어 산업자본주의의 팽창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전통은 외지자본이 소유한 회사들에 의해 거의 접수되어 버렸다. 얼마 남지 않은 자본가가 소유하지 않은 기업들마저도 종적인 위계질서에 의해 운영되었기 때문에 소유주가 부재한 소유주-노동자 기업의 형태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리스멘디는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통제가 부재한 협동조합이 증가함으로써 그들의 자치와 특징을 상실했다.”라고 했다. 이론을 배우는 것은 실천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쉽기 마련이다.

지역사회에서 1천1백만 페스타를 모금하고, 지역에서 24명이 모인 가운데, 이 핵심그룹은 노동자가 소유하고 노동자가 운영하는 기업을 발족시켰다. 기업의 이름은 활동하는 지역인 몬드라곤의 아라사테라고 지었다. 

 

스페인어로는 소시오(socio)라고 불리는 노동자-소유주라는 특별한 존재들은, 피고용자로서의 책무가 면제된 것은 전혀 없었지만, 그들이 가진 소유권의 이득을 충분히 누렸다. 그들은 난로회사를 매수하여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설립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훗날 말했다. “그 일은 전혀 희망적이지도 않았고, 충분히 검토한 사업도 아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언가 할 일을 찾는 것이었고, 일을 시작하여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약 4년 후에 그들에게 찾아온 첫 번째 결과는 자본의 극심한 위기상황이었다. 지속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를 가지지 못한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는 1959년의 수개월간 극심한 재정적 위기를 맞이했고 지쳐갔다. 협동조합들은 상호간에 대출보증을 섰기 때문에 그들의 소유물을 이용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었으며, 바스크의 모든 협동조합들도 역시 같은 문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가까운 사이로 발전해갔다.

몬드라곤 전경

그렇게 발전한 상호간의 관계는 노동인민금고(CLP)라는 협동조합의 구원자를 만드는 것으로 발전했다. 신용협동조합 형태인 CLP는 바스크 공동체와 기업들을 위해 운영됐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협동조합들에게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결국 금고는 몬드라곤의 노동자-소유자 시스템의 빈자리인 공동체 복지제도를 채우게 되었다. 소시오들은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의 수혜를 받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었고, 가끔은 의료비가 필요했는데, CLP는 노동자들에게 어려운 날을 대비한 안전투자처로서 기능을 했다.

협동조합들의 점진적인 확장은 소시오들의 증가를 수반했다. 출범 2년 후에 몬드라곤의 노동자-소유주 숫자는 143명이 되어서 무려 600퍼센트나 증가했다. 소시오들이 최초 1년간의 급여를 CLP에 출자해야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대단한 것이었다. CLP는 설립되기 1년전부터 소시오들에게서 저리의 출자를 받았다. CLP가 설립된 이후에 CLP는 개인별로 출자구좌를 부여했고, 그 금액은 그들이 속한 협동조합의 운영에 따라 늘거나 줄어들었다. 기업이란 망할 수도 있는 일이어서 투자활동은 위험부담이 매우 크고, 출자자들은 아무런 대책없이 방치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은 매우 드물었다. 1956년부터 1982년까지 몬드라곤 복합체의 100개 기업들 가운데 단 1곳만이 실패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출자제도는 손실보다는 이익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룹에게 배당되는 보상금은 협동조합에 속하지 않은 피고용인에게 지급되는 평균적 보상금에 비하여 높았는데, 그것은 노동자-소유주들이 더욱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몬드라곤에 대한 경제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몬드라곤의 협동조합들은 같은 규모의 대기업들에 비하여 7.5퍼센트, 중소기업들에 비하여 40퍼센트나 뛰어난 효율성을 나타냈다. 스페인에서의 사업은 경제변동에 따라 극심하게 변화하며, 몬드라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제 불황기에 바스크의 협동조합들은 자본가 기업들에 비하여 실업자를 적게 냈다. 조업이 원활하지 못할 때의 실업자들은 소유주로서의 지위는 유지했고, 출자에 대한 배당도 받았다.

몬드라곤은 노동주권의 원칙에 의해서 움직인다. 소시오들은 매년 개최되는 총회를 통하여 공동체에 자신들의 경영권을 최대한 행사한다. 총회에서 노동자-소유주들은 조합경영지도이사회인 Consejor Rector에 파견할 사람들을 선출한다. 이사회는 개별 협동조합의 경영자를 선임하는데, 이것은 소시오들의 열의가 지나쳐서 매번 경영자를 해고하는 것과 같은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의민주주의의 장치이다. 고도로 유능한 경영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주류사회에 버금갈 정도의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와 경영자간의 적개심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양자간의 임금 수준은 3:1로 고정되었다 - 경영진은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바는 노동자보다 세배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없다. 근년에는 그 격차가 4.5:1까지 허용되고, 실제로는 대부분의 협동조합이 6:1의 차이를 인정한다. 이런 추세는 협동조합에 오랫동안 참여했던 사람의 불만을 사는 요인이 된다.

  

노동의 관점에서 작업장 안전과 노동현장의 요구는 consejo social이라는 각 지역에서 선출된 사회위원회가 담당한다 - 위원회는 협동조합의 정책을 결정할 때 위원회에서 경영자들과 함께 일한다고 위원장이 말했다. 최근 협동조합의 규모가 확장됨에 따라 '상하격차'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하층 노동자-소유주와 상부 경영층간의 간극은 넓어졌고, 결과적으로 상호간의 불편한 관계는 더욱 심화되었다. 더욱이 노동자-소유주에 못지않게 소유하지 않은 노동자의 비율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1992년의 통계에 의하면 1만2천명의 노동자들 가운데 절반만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몇몇 조합들은 이전 방식의 노동이 자신들의 기업경영에 위협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개인적 차원의 경영을 강화하기 위하여 그들의 기업을 몬드라곤 복합체에서 분리시켰다.

몬드라곤이 성공한 근원적인 요소들 가운데는 문화적 배경도 많이 있다. 바스크인들은 믿기 어려울 만큼이나 종족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외부의 어떤 물품도 - 심지어는 스페인 국내에서 생산된 것이라도 - 구입하기를 꺼린다. 스페인에 대한 그들의 보편적 반감은 프랑코주의에 대하여 특히 심했으며,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수많은 사람의 동조에 힘입어 이 지역을 오랫동안 장악했다. 저개발로 인해 가난함이 짙게 배였고, 전형적인 바스크지형으로서 바위로 둘러 쌓인 독립적인 이곳의 마을들은 모든 것을 자신들의 고장에서 자급자족하고자 하는 - 가정주부들은 대체로 직업이 없이 가계를 유지하고 자식을 키우는데 전념하는 -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좌파들에게 심한 비판을 받았는데, 이런 상황은 오로지 자본가들의 억압체제를 강화할뿐이라고 주장했다. 바스크인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는 대부분 취업을 위해서이고, 그들의 평생친구들이나 가족은 남게된다. 어느 연구자가 한 여인에게 스페인의 수도로 가 보고 싶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지 물었는데, "내가 마드리드로 가라고? 그러면 누구와 술을 마시지?"라고 했다.

서양사회는 최근 수십년간 능력주의와 소비주의가 횡행하여 개인주의가 만연하는데, 이것은 협동조합이 의존하는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러한 새로운 세계관은 협동조합 기업의 생존에도 위협이 될 것이다.

스페인의 정치제도는 몬드라곤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앞에 예를 든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정책은 협동조합의 발전에 방해가 되었고, 어떤 정책은 성공의 밑받침이 되었다. 스페인은 1992년까지 보호관세제도를 누렸는데, 수입 물품에 대하여 18-35퍼센트나 되는 관세를 부과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의 강제에 의해서 국경개방과 자유무역 정책으로 바뀌었는데 이러한 변화의 결과가 앞으로 어떠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몬드라곤은 스스로 공개시장에 적용하는 정책, 즉 해외자본의 물품을 구매하고 계약노동자를 고용하고, 필요할 때는 임시직을 쓰는 방식을 채택한다. 아리스멘디의 사상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에 비판적이다.

Can Coops Go Global?

Mondragón Is Trying

By Tim Huet

This article is from the November/December 1997 issue of Dollars and Sense: The Magazine of Economic Justice available at http://www.dollarsandsense.org/archives/1997/1197huet.html

This article is from the November/December 1997 issue of Dollars & Sense magazine.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협동조합의 정신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의 기사를 다룬 잡지. 몬드라곤협동조합 복합체는 1990년대 이후 해외에 공장을 건설, 운영하면서 현지에서는 노동자협동조합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각각의 개별 기업은 협동조합의 10대 원칙 - 가입의 자유, 민주적 조직, 노동의 주권, 자본의 도구적 속성, 자율경영, 연대, 협동조합간의 협동, 사회적 기여, 보편성, 그리고 교육 -을 잘 준수한다.

이 요소들은 대부분 잘 적용되고 있지만,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의 기본원칙을 준수하기로 한 사람에게 가입은 배타적이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투자를 요구한다. CLP가 필요한 자금을 대부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원칙 가운데 노동의 주권과 자본의 도구적 종속성은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을 방지한다. 아직껏 남아있는 계급전쟁의 정서를 반영한 연대의 정신은 자립과 협동을 강조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과실을 얻기 위해서는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운동가인 도로시 데이가 쓴 바와 같이 '하루 가운데 가장 위대한 도전은 가슴속의 변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라는 말에 응답하기 위해서라도.

몬드라곤 방식에 대한 비판의 대열 가운데는 좌파진영에서 권위자축에 끼이는 노엄 촘스키도 있다. 그는 자본주의적 가치가 드높은 세상에서 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점은 평가했지만, 또한 협동조합이 갖춘 민주적 구조라는게 상하수직관계가 비정상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한 모습이 아닐까라고 했다. 샤론 카스미르(Sharon Kasmir)는 '몬드라곤의 신화'에서 더욱 심하게 비판했는데, 몬드라곤과 같은 기업 패키지들과 시장의 협동조합주의는 가치 없는 식자층들이 손쉽게 선전이나 캠페인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녀의 비판은 얼핏 냉소적인 것 같지만, 일부 주장은 현실에 근거한 것이다. 몬드라곤은 최근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사회공학을 강조하는데, 이 교육의 목표는 주인으로서의 소시오가 되는 것보다는 '훌륭한 노동자'가 되는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노동의 주권과 자본의 도구적 속성은 이러한 사상전의 와중에서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최근 몇몇 협동조합들이 그들의 조직적 순결성을 재획득하는 노력과, 지역과 바스크에 봉사한다는 전통을 유지할 것을 포기한 것과 같이 말이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정치적 우파들은 이러한 개념과 취지의 혼란스러움에는 무관심한 채, 비판조차도 드문 편이란 것이다. 몬드라곤이 정부의 간섭을 벗어나고, 경제적 궁핍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우파들의 생각에는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더욱이 몬드라곤은 자유시장체제에 반대하는 수많은 좌파들과의 논쟁에 대응하고, 계급전쟁에 방지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몬드라곤 기업들의 드높은 생산성이 그들에게서 재정적 관심을 이끈 셈이다.

그러니까, 몬드라곤의 영광스러움을 보존하는 것 - 협동조합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생산적이고 수익성이 있다는 것 - 은 비록 노동의 출발점에서는 엄청나게 나아갔고, 공산주의적 비굴함을 가끔 내비치기는 하지만,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활동은 체스터튼(Chesterton)이 말한 바와 같이, 과거로부터의 실수를 보전하겠다는 무비판적 보수주의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일부 진보주의처럼 앞으로 실수를 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피곤한 과거의 이분법적 실수들을 열린 시각으로 바꾸어서 모두가 내다보게 하는 것이다. 내다보는 것이야말로 잘못을 고치기 위한 최선의 방식이다.

 

<편집과 번역 : 정윤식>